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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쉽지 않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삼성전자 내 3개 노조(초기업·전삼노·동행)가 꾸린 공동투쟁본부는 오는 23일 평택캠퍼스 결의대회에 이어 5월21일부터 6월7일까지 총파업을 예고했다. 노조 요구의 핵심은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고 초과이익성과급(OPI) 상한을 폐지해 이를 제도화하라는 것이다. 삼성전자로선 이를 받아들이면 향후 보상체계의 기준이 흔들릴 수 있고, 그렇다고 정면충돌로 가자니 생산과 대외 이미지 측면의 부담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 가능성을 의식해 법적 대응 수위를 높이는 모습이다. 회사는 최근 143개 파트를 특정해 23일 평택캠퍼스 집회 당일에도 정상적인 유지·운영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고, 노조는 이를 사실상 ‘파업 무력화 시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삼성전자로선 노조 요구를 수용하는 선택도, 법리 대응만으로 밀어붙이는 선택도 각각 적지 않은 비용을 뜻하는 셈이다.
'성과급 제도화', 투자 여력 흔드나
이번 갈등의 핵심은 일회성 보상이 아니라 보상체계 자체를 바꾸라는 데 있다. 노조는 OPI 상한 폐지와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의 제도화를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또 조합원 구성에서 DS 소속 비중이 80%라고 설명하며 이번 투쟁의 무게중심이 반도체 부문에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문제는 회사가 이를 쉽게 수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반도체 산업은 설비투자와 연구개발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대표적 자본집약 산업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고정할 경우, 고대역폭메모리(HBM)나 인공지능(AI) 반도체처럼 투자 속도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영역에서 중장기 투자 여력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사 갈등이 장기화할수록 투자 타이밍을 놓칠 가능성도 커진다는 것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영업이익 기준 성과급 요구의 구조적 부담을 짚었다. 영업이익은 이자와 법인세, 배당이 빠지기 전 단계의 이익인데, 여기서 일정 비율을 먼저 성과급 재원으로 떼어내면 이익 배분 기준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액수가 커서가 아니라, 어떤 기준으로 성과를 나눌 것인지의 문제라는 뜻이다. 이런 점에서 성과급을 논의하더라도 영업이익보다 당기순이익을 기준으로 삼는 편이 더 현실적일 수 있다는 제안도 나온다.
'강경 대응', 쟁의권 무력화냐 안전 확보냐
회사가 강경 대응만으로 상황을 정리하기도 쉽지 않다. 삼성전자는 지난 17일 공문에서 노조법 제42조 제2항을 근거로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 및 AI센터 산하 143개 파트에 대해 23일 집회 당일에도 정상적인 유지·운영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통보했다. 회사는 해당 파트가 사람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보호에 직결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 논리의 배경에는 반도체 공정의 특성이 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반도체 공정에서 전기와 시설 운영, 오폐수·폐수 처리 같은 인프라 기능은 공장 가동과 직결된다"고 설명했다. 전기가 끊기거나 오폐수 처리가 멈추면 공장 운영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일부 인프라 기능은 시간이 지나며 문제가 커지는 누적형 리스크라기보다, 즉시 공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영역이라는 얘기다.
반면 노조와 노조 측 대리인인 법무법인 마중은 이를 사실상의 파업 무력화 시도로 보고 있다. 노조 측은 "소방·응급시설 등 최소 범위는 인정할 수 있지만, 제조·공정 엔지니어까지 협정근로자 범위에 포함시키는 것은 헌법상 단체행동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생산을 위해 필요한 인력들까지 빠지지 못하게 하면 쟁의행위의 실질적 효과 자체가 사라진다는 논리다.
노조 내부에서도 생산 차질 가능성을 압박 수단으로 보고 있다. 노조 측은 설비를 고치고 유지하는 인력, 공정 흐름을 책임지는 엔지니어, 웨이퍼 투입 인력 등이 빠질 경우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삼성전자는 안전과 공정 운영을 이유로 더 많은 인력을 묶으려 하고 노조는 이를 쟁의권 침해로 받아들이고 있다.
쉽게 답을 내기 어려운 삼성의 딜레마
삼성전자는 어느 쪽도 쉽게 택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노조 요구를 수용하자니 보상체계의 선례와 투자 여력이 부담이고, 법리와 통제로만 대응하자니 생산 거점과 맞닿은 조직과의 충돌, 노사관계 악화, 대화보다 통제에 무게를 둔다는 인상까지 감수해야 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 상황을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화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현재로서는 성과급 산정 기준에 대한 대화의 문을 완전히 닫지 않는 절충이 가장 현실적 선택지라는 평가가 많다. 노조 요구를 전면 수용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어떤 기준으로 영업성과와 보상을 연계할지는 다시 협상 테이블에 올릴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이번 사안은 성과급 기준과 생산라인 안정, 노사관계가 맞물린 문제여서 삼성전자가 쉽게 한쪽을 택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출처 : 뉴스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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