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직원이 고객의 펀드 손실분을 약 두 달 만에 2천400건 처리하며 단기간에 업무가 집중돼 심근경색으로 숨진 것은 업무상 재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5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최수진 부장판사)는 미래에셋증권 직원 A(사망 당시 44세)씨의 배우자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공단이 항소를 포기해 1심이 그대로 확정됐다.
손실금 보상업무 두 달 만에 심근경색
근로복지공단 “단기 과로 노출 아냐”
2007년 5월 입사해 14년간 근속한 A씨는 2021년 4월 사무실에서 갑작스러운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떠났다. 브라질 공모펀드(호세베라 상품)의 환차손이 발생해 고객 손실금을 보상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에 투입된 지 약 두 달여 만이었다.
당시 회사는 고객들에게 투자원금의 약 55%를 지급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A씨는 TF 금융분쟁조정팀에 합류해 다른 직원 2명과 함께 근무했다. 문제는 보상해야 할 고객 계좌가 2천400여개에 달했다는 점이다. 회사 경영진은 TF 구성 시점으로부터 약 두 달 안에 손실금 보상업무를 처리하기로 정했다.
연장근무는 불가피했다. TF 직원들은 그해 3월 한 달간 하루 1시간30분에서 2시간40분의 연장근무를 했다. 결국 두 달여 만에 A씨가 쓰러지자 유족은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공단에 요청했다. 하지만 공단은 “단기 과로에 노출됐다고 보기 어렵고 직무 스트레스 정도가 크지 않았을 것”이라며 부지급 결정을 했다.
또 A씨가 과거 당뇨 치료와 과체중 등 개인적 소인이 있고, 심근경색·협심증을 앓은 가족력이 있다는 점도 사망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하는 근거로 들었다. A씨 유족은 2023년 3월 공단 판정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만성과로 기준 미달했지만, 유족 승소
법원 “급격한 업무환경 변화, 스트레스”
법원은 “고인의 근무시간이 고용노동부 고시에서 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업무와 심근경색 사이의 관련성은 강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유족 손을 들어줬다.
A씨 근무시간은 노동부의 만성과로 기준(발병 전 4주간 업무시간 평균 64시간 초과, 12주간 업무시간 평균 60시간 초과)에는 미치지 못했다. 공단은 발병 전 4주간 주당 평균 49시간8분, 12주간 평균 주당 45시간45분을 A씨 업무시간으로 측정했다.
그럼에도 법원은 ‘업무부담 가중요인’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고인은 약 2개월이라는 짧은 납기 내에 약 2천400개의 계좌 보상업무를 처리해야 했다”며 “급격하게 고인의 업무환경이 변화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TF팀 동료의 증언도 뒷받침했다. 동료 B씨는 법정에서 “제가 느끼기로는 항상 한숨이 가득했고, 제때 퇴근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고 진술했다. 더구나 A씨가 TF 업무 종료 이후 민원업무 처리에 재차 투입돼 스트레스가 누적됐을 것으로 재판부는 봤다.
유족을 대리한 김용준 변호사(법무법인 마중)은 “업무 시간이 노동부 고시가 정한 만성과로 기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급격한 업무환경 변화와 납기가 촉박한 다량의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누적된 경우 업무와 상병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다고 법원이 판단한 것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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