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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노동뉴스] 사망진단서 한 줄에 가린 '진폐증' / 홍현우 변호사 / 법무법인 마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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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0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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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 기사는 법무법인 마중 홍현우 변호사님이 진폐증과 관련하여 칼럼을 쓰신 내용입니다.

※ 법무법인 마중은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산재계의 변화를 이끌며, 판례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진폐증은 오랜 세월 분진을 흡입한 결과 폐 조직에 비가역적인 섬유화가 발생하는 질환으로, 현대의학으로도 완치가 불가능하며, 분진 작업장을 떠난 이후에도 병변은 계속 진행되고 그 속도조차 예측하기 어렵다.

진폐증 환자가 세상을 떠났을 때, 남겨진 유족들은 고인의 죽음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기를 바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진폐유족급여를 청구하나,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돌아오는 답변이 ‘부지급’인 경우가 적지 않다.

근로복지공단은 사망진단서상 직접 사인이 ‘폐렴’ ‘패혈증’ ‘심폐부전’ 등으로 기재된 것을 이유로 “진폐증과 사망 사이에 의학적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봐 부지급 처분을 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은 진폐증이라는 질환의 본질적 특성을 간과한 것으로, 진폐증은 폐의 방어 기능과 면역력을 지속적으로 저하시키기 때문에 일반인이라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호흡기 감염조차 진폐 환자에게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사망진단서에 기재된 ‘폐렴’이라는 직접 사인의 이면에는, 그 폐렴을 불러오고 급격히 악화시킨 근본 원인으로서의 ‘진폐증’이 자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법원은 공단의 부지급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해, 공단의 협소한 인과관계 판단에 제동을 걸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진폐증 및 그 합병증(폐기종)으로 인해 폐 기능이 지속적으로 저하된 상태에서 폐렴이 발생해 사망한 사안에서, 진폐증이 사망의 한 원인이 됐거나 적어도 폐의 정상적인 방어 기능을 약화시켜 폐렴·패혈증 등이 자연적 진행 속도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돼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했다(서울행정법원 2016. 8. 25. 선고 2015구합82822 판결).

또한, 서울고등법원은 진폐증과 그 합병증으로 인해 심폐기능이 지속적으로 허약해진 상태에서 폐렴이 발생했거나 자연적인 속도 이상으로 폐렴이 악화돼 사망에 이른 경우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했고, 특발성 폐섬유화증과 진폐증 사이의 상관관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서울고등법원 2022. 12. 22. 선고 2022누55035 판결).

진폐증이 골수이형성증후군 및 빈혈과 복합적으로 작용해 만성호흡부전이 급성으로 악화된 사안에서도 법원은 진폐증과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했다(서울행정법원 2023. 10. 19. 선고 2022구합51840 판결).

이처럼 법원은 사망의 원인이 복합적인 경우에도 진폐증의 기여도를 폭넓게 평가하고 있는데, 이와 같이 인과관계 인정받기 위해선 사안의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의무기록을 세심하게 검토해 다퉈야 한다.

진폐유족급여를 신청했으나 공단으로부터 부지급 처분을 받은 유족은 아래 내용을 기억하길 바란다.

첫째 부지급 처분에 불복하는 방법으로 심사 및 재심사를 거치는 경우도 있지만, 바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소송 과정에서는 진료기록 감정을 신청해, 감정의에게 의학적 소견을 물어볼 수 있는데, 이때 공단 자문의와 다른 의학적 소견이 제시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둘째 망인의 진폐병형, 심폐기능 등급, 합병증 이력, 요양 경과 등 전반적인 의무기록을 최대한 빠짐없이 수집할 필요가 있다. 망인이 사망 직전까지의 진폐증의 악화가 진행된 사실을 보여줄 수 있는 자료가 있다면 인과관계 인정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셋째 사망진단서상 직접 사인이 폐렴, 패혈증, 호흡부전 등으로 기재돼, 사인이 직접적으로 진폐 때문이라고 명시적으로 기재돼 있지 않은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 기저에는 진폐증이 선행 원인 또는 기여 인자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으니 소송에서 다툴 여지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사망진단서의 기재 내용이나 파편화된 의무기록에만 얽매여 환자의 진폐와 사망의 관련성이 부정돼서는 안 된다. 진폐증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는 단편적인 활자만으로 판단할 것이 아닌, 망인이 평생 짊어져 온 질병의 전체적인 경과를 심층적으로 평가해야 하는 문제이다.

공단의 처분 기준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 근로복지공단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와 더욱 정교한 처분 기준의 마련이 이뤄져 유족들이 정당한 권리를 온전히 보장받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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