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법] "신체적, 정신적 피로 한층 증가시켰을 것"
2001년 11월 식품가공업체에 입사해 신메뉴 개발, 음료배합, 발주, 생산, 서류작성 등의 사무업무를 담당해온 A는 입사 후 22년이 지난 2023년 10월 30일 파레트를 층층으로 쌓은 뒤 그 위에 올라가 회사 창고 천막 보수작업을 수행하다가 지상으로 내려온 직후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되었으나 사망했다. A의 사망진단서에 기재된 사망원인은 '심실세동'이다. A의 배우자는 업무상 스트레스와 급격한 업무변화로 인해 A씨에게 급성심정지가 발병한 것이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으나 거부되자 소송(2024구합72193)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박정대 부장판사)는 1월 23일 "천막 보수작업으로 인한 정신적, 육체적 부담이 원인이 되어 A에게 급성심정지가 발병하였다고 추단할 수 있다"고 판시, "유족급여와 장례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 A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A는 천막 보수를 위하여 올라갈 구조물을 만들기 위하여 반복적으로 파레트를 옮겨 쌓고, 때에 따라서는 수직으로 쌓여 있는 파레트를 다른 동료들과 함께 밀어서 위치를 이동시키기도 하였다"고 지적하고, "이처럼 중량물을 다루는 작업은 회사에서 사무업무만을 담당하였던 A에게 상당한 육체적 부담을 가하였을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A는 별다른 안전장비 없이 서로 결합 · 고정되지 아니한 채 단순히 쌓여 있는 파레트 구조물 위에 올라가 천막을 보수했다. A가 작업을 수행했던 높이는 약 4m 가량에 달하였고, 필요에 따라 옆 파레트 구조물로 건너 뛰어가기도 했으며, 특히 파레트들은 서로 고정되지 않아 작업 과정에서 불안정하게 흔들거리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와 같은 작업 과정에서 A는 추락에 대한 부담감으로 높은 수준의 정신적 긴장 상태에 있었을 것이며, 특히 지지대가 불안정한 파레트 구조물이라는 점에서 A가 받았을 정신적 부담은 통상적인 고소작업에 비하여 더욱 컸을 것으로 보이고, 쌓여 있는 파레트 구조물을 밀어 이동시키는 작업 또한 붕괴의 우려로 인하여 육체적 부담 외에 상당한 정신적 부담을 초래하였을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작업은 A가 회사에서 통상 수행하던 업무와는 관련이 없는 생소한 것이었으므로, A의 신체적, 정신적 피로를 한층 증가시켰을 것이고, 또한 작업은 2시간가량 이루어졌으므로 A가 앞서 본 바와 같은 육체적, 정신적 부담에 노출된 시간적 강도 또한 상당하다"며 "작업으로 인하여 초래된 육체적, 정신적 긴장은 교감신경계의 활성화를 초래하여 심박수의 증가나 혈압 상승과 같은 생리적 변화를 초래하였을 것이고, 그와 같은 변화는 A의 심혈관계에 상당히 부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마중이 원고를 대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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