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냉천정비사업, '문제 없음'으로 가닥
수사 초기 경찰이 가장 먼저 겨눈 곳은 포항시청이었다. 지난해 10월 경북경찰청은 포항시청과 남구청 등 5~7개 부서에 수사관을 보내 냉천정비사업 관리 자료를 확보했다. 사고가 나자 포항시가 추진했던 냉천정비사업에 대한 비판이 크게 일었기 때문이다.
시는 2012년부터 7년여간 이 사업에 300억원을 들였다. 하천 수로를 메워 산책로와 자전거도로를 조성하면서 하천 폭이 최대 25m까지 좁아진 곳도 생겼다. 이에 대해 피해 주민들은 "하천 폭이 좁아지니 유속이 빨라져 지반을 파내면서 피해가 커졌다"고 말했다. 포항 환경단체와 농민회 역시 시의 무리한 하천 공사가 원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포항시 농민회 장영태 회장은 "아파트 허가를 위해 오천읍 일대 하천 수로를 변경해 범람을 자초했다"고 주장했다. 포항환경운동연합은 "하천 주변에 부대시설을 지으면서 지면이 빗물을 잘 흡수하지 못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냉천정비사업으로 하천 단면적이 44%가량 줄어든 데다 시가 경북도의 반대에도 예산을 늘려 과다하게 설계를 변경했다는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그러나 시는 "좁아진 냉천을 보완하기 위해 하천 바닥을 깊게 팠다"며 기록적인 폭우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사고였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경찰은 설계·감리 업체 두 곳에 정비사업의 불법성에 대한 연구용역을 맡겼는데, '문제 없음'이란 결과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가장 많은 의혹을 낳았던 냉천정비사업과 관련자들에 대한 혐의점을 찾지 못한 것이다.
경찰의 1차 압수수색 대상에는 참사가 발생한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포함됐다. 경찰은 인명 피해가 몰린 아파트 주차장 사고는 관리사무소의 안내방송 때문으로 봤다. 당시 주차장에 물이 빠르게 차고 있었음에도 대피시키지 않고 되레 '차를 빼라'고 방송하는 바람에 주민들이 변을 당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경찰은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검찰에 신청했다. 그러자 대한주택관리사협회와 일부 주민이 거세게 저항했다. "하천 범람이 예상돼 차를 빼라고 한 것이 무슨 죄냐"고 반박하며 포항시의 냉천정비사업에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결국 검찰은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반려했다. 부정적 여론이 검찰의 영장 반려에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냉천정비사업에서 참사 원인을 찾으려던 경찰은 재난대응 과정에서의 관련자들 과실로 눈을 돌렸다. 이는 지난해 말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한 대상자들을 보면 한층 더 명확해진다. 경찰은 관리사무소 직원 외에도 포항시 공무원과 한국농어촌공사 직원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시 공무원은 냉천정비사업과는 무관한 재난안전 담당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농어촌공사는 폭우가 내리던 당시 오어저수지 물을 방류해 냉천 범람의 피해를 키웠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냉천 하류에서 발생한 사고 원인을 찾아 상류로 올라간 경찰은 공사 직원들의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지만 농어촌공사 측은 "당시 저수율이 낮아 물이 빠져나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결국 영장은 검찰 선에서 반려됐다.
환경과 설비 등 구조적 원인을 찾는 데 애를 먹던 경찰은 재난대응 담당자의 과실을 규명하는 과정에서도 난관에 부닥쳤다. 경찰은 보강수사를 거쳐 영장을 다시 신청할 방침인데, 대상자를 줄이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