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다소 무겁지만 꼭 필요한 주제, 바로 근로자의 자살과 남겨진 유족들이 마주할 문제에 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근로자가 업무상의 사유로 자살한 경우, 유족들은 유족급여를 지급받을 수 있을까?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37조2항 본문은 ‘근로자의 고의·자해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사망은 업무상의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는 원칙을, 단서는 ‘다만, 그 사망이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뚜렷하게 낮아진 상태에서 한 행위로 발생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업무상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하였음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를 말한다)가 있으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는 예외를 규정하고 있다. 즉, 근로자의 자살은 고의·자해행위(즉 자살)로 인한 것이기에 원칙적으로는 유족급여 지급 사유에 해당하지 않고, 다만 자살 당시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뚜렷하게 낮아진 상태’에 있었다는 점이 인정될 경우에만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유족들은 먼저 망인의 자살이 업무상의 사유에 의한 것이고, 다른 이유는 상정할 수 없음을 증명함에 주력해야 한다. 이 역시 쉽지 않겠으나, 더 큰 문제는 위 예외적 요건, 즉 근로자가 ‘자살 당시에’ 정신적 이상 상태에 있었다는 점을 추가로 인정받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자살은 목격자도, 폐쇄회로티브이(CCTV)도 없는 상황에서 이뤄진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경찰 수사기록을 토대로 2013~2017년 서울 강동구에서 발생한 자살 사망의 장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같은 기간 사망자 444명 중 60% 이상은 자택과 숙박업소(자택 57.7%, 숙박업소 6.3%) 등 타인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목숨을 끊었다. 30% 미만만이 공공장소(28.2%)에서 자살했다. 공공장소에서의 자살 역시 구체적으로 분류하면 그중 다수는 차량 내부나 인적이 드문 산에서 행해졌을 공산이 크고, 실질적으로 자살 당시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경우는 드물다고 할 것이다. 때문에 ‘자살 당시 정신적 이상 상태에 있었을 것’이라는 요건을 엄격하게 증명하도록 하는 것은 많은 경우 사실상 불가능한 일을 요구하는 것과 다름없다.
법원은 그 대안으로 자살 전후의 사정 등을 고려해 자살 당시 망인의 상태를 추단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기존에 우울증 등으로 정신과 진료를 받았는지 여부를 중요한 사실로 다루고는 한다. 그러나 이는 실제로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음에도 사회적 편견 등으로 인해 치료를 마다하는 환자들도 많다는 점에서, 기존의 정신과 질환 병력이 부각할 경우 이번에는 업무와의 연관성을 부정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업무와 무관하게 원래부터 있던 우울증 등이 죽음의 원인이 된 것이 아니냐는 취지의 주장과 마주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자살 당시 정신적 이상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를 업무상 재해의 인정 요건에서 제외해 원칙적으로는 자살이라도 유족급여를 지급하되(당연히 업무와의 관련성은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채무면탈·보험급여의 수급 등 업무와는 무관한 다른 사유가 근로자 자살의 주된 원인이 되었다고 볼 적극적인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보호를 부정함이 어떠할지 싶다. 이는, ① 생명체로서의 생존 본능에 반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사정 자체가 어떠한 병리적인 문제로 인지·판단 능력이 매우 저하된 상태였음을 강하게 표상하는 점, ② 고의·자해행위에 대해 보험급여 지급을 부정함은 결국 그러한 행위가 ‘보험사고의 우연성’을 해친다는 점에 주된 논거가 있을지인데, 유족급여는 문자 그대로 남겨진 ‘유족’들에 대한 생활 보장적 성격이 강하고 그러한 유족들의 입장에서 망인의 자살은 그야말로 ‘우연한 사고’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 ③ 보험급여의 수준, 자살 근로자의 수 등을 고려할 때 위와 같이 해석하더라도 이에 따라 근로자들의 자살을 부추기거나 공적 재정 운용에 무리가 따를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 점 등을 그 이유로 한다.
아무쪼록 문제 제기가 지속돼 제도의 개선 또는 법원의 전향적인 해석이 뒤따르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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