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기사는 법무법인 마중 권규보 변호사님이 산재 사건과 관련하여 질의응답을 하신 내용입니다.
※ 법무법인 마중은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산재계의 변화를 이끌며, 판례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여보 미안해, 힘들어서 못 하겠어. 회사에서 보험처리도 안 해주고 내 사비로 해결하래.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가, 여보 정말 사랑합니다. 당신을 만나서 행복했습니다.”
지난 2021년 6월18일, 전남 나주의 한 모텔에서 유서와 함께 버스기사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2019년부터 3년간 계약직으로 일했던 버스회사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지 겨우 17일, 그리고 마지막 출근을 한 지 엿새가 지난 때였다.
연속된 사고, 쌓여간 빚
A씨는 그해 6월1일 꿈에도 그리던 정규직이 됐다. 그런데 정규직이 된 지 일주일도 안 돼 사고가 연이어 터졌다. 9일 운행 중 부동액 누수로 버스가 멈췄고, 다음 날엔 차고지에서 후진 주차 중 회사 차량을 들이받았다. 하루 뒤엔 앞차의 급정거로 추돌사고가, 같은 날 밤 다시 후진 중 다른 버스와 부딪혔다. 사고를 보고한 A씨에게 회사는 “거기서 돈 주고 해결해라” “기사님 부담이 문제가 아니고 (사고) 건수에 올라간다”고 답했다. A씨는 대출로 550만원을 마련해 상대 운전자와 합의했고, 승객에게도 “정규직으로 올라왔는데 보험처리를 하면 잘린다”고 빌며 30만원을 건넸다. A씨의 가정은 몇 해 전 파산면책을 받아 형편이 빠듯했다. 새로 얻은 일자리가 유일한 희망이었지만, 잇단 사고는 그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11일 밤 마지막 사고 뒤 새벽 1시, A씨는 휴대전화를 집에 두고 나섰다. 가족이 다시 소식을 들은 건 엿새 뒤였다. 아내에게 남긴 마지막 말은 “당신을 만나 행복했다”였다.
‘자살의 사망 원인 발생일’은 언제?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A씨의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 그러나 가족에게 또 하나의 벽이 있었다. 바로 평균임금 산정이었다.
A씨는 비정규직이던 2021년 5월엔 221만9천460원을, 정규직이 된 6월에는 118만7천654원을 임금으로 받았다. 공단은 A씨 사망일(6월18일)을 평균임금 산정사유 발생일로 보고, 산정기간을 정규직 취업기간인 6월1일부터 17일까지로 한정했다. 여기에는 결근으로 임금을 받지 못한 엿새간의 기간도 포함됐다.
그 결과 A씨의 1일 평균임금은 6만9862원으로 계산됐다. 다만 통상임금보다 낮은 탓에 최종적으로 하루 통상임금인 8만8216원으로 산정됐다.
유족은 “평균임금 산정사유 발생일은 연락이 두절된 6월12일이며, 결근기간은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 때문이므로 근로기준법 시행령에 따라 산정기간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정규직 전환 이후 평균임금은 22일 만근 기준(290만원)으로 하거나, 동일 업무를 수행한 기간제 근무기간을 합산해야 한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근로기준법은 평균임금을 계산할 때 “사고가 발생한 날 이전 3개월 동안의 임금총액”을 기준으로 한다. 이는 노동자가 사고로 일하지 못하더라도 사고 이전의 생활수준을 기준으로 보상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 원칙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면 문제가 생긴다. 사고 여파로 임금이 급감한 시기까지 산정기간에 넣어버리면 평균임금이 실제 생활수준보다 낮아져 보상 취지가 훼손된다. 그래서 시행령(2조1항4호)은 예외를 둔다. 업무상 부상·질병으로 요양하기 위해 휴업한 기간은 산정기간에서 뺀다.
다른 법리, 같은 결론
광주고법 “정신이상으로 근로 불가능한 날부터 평균임금 산정”
대법 “사망일부터 산정, 결근기간은 요양 필요 기간”
쟁점은 A씨 사망의 원인이 되는 날이 언제인가였다. 근로기준법 시행령 52조에 따르면 재해보상시 평균임금 산정사유 발생일은 “사망 또는 부상의 원인이 되는 사고가 발생한 날”이다. 자살의 경우 해석이 엇갈린다.
광주고법은 정신이상 시점(6월12일)을 사고일로 봤다. 재판부는 “A씨가 6월12일경 이미 인식능력이 저하돼 근무가 불가능했다”며 “기간제 근로기간을 포함해 이전 3개월 동안의 임금총액을 기준으로 평균임금을 산정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지난 16일 나온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정신질환 진단이 없는 경우, 정신적 이상 상태에 빠졌다고 추정되는 시점이 아니라 자해행위가 실제로 일어난 날을 사고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대신 대법원은 중요한 기준 하나를 덧붙였다. A씨가 출근하지 못했던 6월12일부터 17일까지의 기간을 “단순 무단결근이 아니라 정상적인 근로가 어려워 요양이 필요했던 기간”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6월12일 무렵 이미 업무상 스트레스로 정상적인 인식능력이 뚜렷하게 낮아진 상태에서 버스 운행 업무를 제대로 할 수 없었고, 객관적으로 요양을 위해 휴업을 할 필요가 있었다고 판단된다”며 “이를 포함해 평균임금을 산정한 것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결국 대법원은 평균임금 산정사유 발생일을 6월18일로 보면서도 결근기간을 산정에서 제외해 A씨 유족의 보상금 수준은 2심과 동일하게 유지됐다. 두 재판부 모두 6월12~17일 결근기간을 산정기간에서 제외하고, 기간제 근로기간 정규직 근로기간을 1개의 근로관계로 봤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며 공단의 상고를 기각했다.
“결근도 보상 대상”
대법, 생활임금 보전 취지 재확인
법조계는 “이번 판결이 자살사건의 산재보상 기준을 명확히 했다”고 평가한다. 대법원은 정신질환 진단 여부가 불명확한 경우 재해행위일을 기준으로 삼으면서 특히 정신이상 상태로 사실상 요양이 필요했지만 치료를 받지 못한 기간도 보상 대상임을 분명히 했다.
권규보 변호사(법무법인 마중)는 “대법원이 정신질환 진단을 받지 않은 자살 사망자의 평균임금 산정시 결근기간을 제외한 것은 의미 있는 변화”라며 “공단은 이를 근로를 제공하지 않는 무단결근으로 봤지만 재판부는 ‘요양 필요 기간’으로 판단함으로써 산재보상 체계의 빈틈을 메웠다”고 평가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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